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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전 세계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접어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00년 7.22%에서 지난해 14%를 넘어섰다. 2040년에는 40%에 가까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 같은 추세에 비해 노인들이 여가를 즐길 만한 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아직까지도 ‘지역 노인정’을 유일한 여가시설로 인식하는 노인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노인을 위한 ‘전용 극장’을 마련한 이가 있다. 서울시 종로구 삼일대로 낙원상가 4층서 ‘허리우드 클래식’을 운영하는 김은주(사진) 추억을 파는 극장 대표가 그 주인공. 이곳에서는 365일 단돈 2000원으로 최신영화부터 고전영화까지 볼 수 있으며, 새로운 친구들과 만나 활발한 교류를 나눌 수도 있다. 김 대표는 “영화관 내 모든 시설은 노인 편의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며 “단순히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것이 아닌, 많은 어르신들에게 행복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 노인을 위한 문화공간 마련
김 대표가 옛 허리우드 극장을 실버영화관으로 재개장한 것은 지난 2009년 1월. 당시 멀티플렉스의 독점 속에 운영이 급격히 어려워진 극장 측이 김 대표에게 먼저 경영을 부탁해 오면서부터다. 그는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운영 방식을 통해 무리한 경쟁을 이어가는 것보단, 노인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실버사업에 대한 남다른 사명감도 ‘노인극장’을 탄생시키는 데 한몫했다. 김 대표는 “평소 노인들을 위한 문화공간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이 공간을 남이 만들어주는 것을 기다리기 보단, 내가 한 번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첫 발을 뗐다”고 설명했다.
사업 초기에는 ‘수익’ 문제로 인한 진통도 겪었다. SK케미칼의 후원을 이끌어내 영화관 월세 절반인 1000만원을 매달 지원받았지만, 2000원에 불과한 영화 관람비로는 적자를 피하기 어려웠다. 집과 자동차 등 가진 것을 다 팔아가며 버텼지만, 사업 3년여 만에 결국 신용불량자 위기까지 몰렸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던 원동력은 어르신들의 ‘따뜻한 응원’이다. 김 대표는 “운영자금 문제로 한창 힘들던 당시, 아무 조건 없이 3000만원을 빌려주신 어르신도 있었고, 땅 문서를 들고 오신 분도 있었다. 많은 어르신들이 영화관에 단순한 장소 이상으로의 애착을 보여줘 어려운 조건 속에서 버텨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굴지의 기업과 공공기관의 지원으로 극장은 숨통이 트였다. 허리우드 클래식은 지난 2009년 노동부(현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아 매달 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다. 최근에는 2년 연속 SK그룹에서 ‘사회성과 인센티브’도 받고 있다. 이는 사회적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 이에 비례하는 보상을 제공하는 제도다. 관람객 숫자도 크게 늘어 이제는 하루에 1000여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극장 편의시설도 ‘노인 중심’
‘실버 극장’이란 타이틀에 걸맞게 극장 내 모든 편의시설은 어르신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극장 내부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한 손잡이가 설치돼있으며, 자막 크기도 멀티플렉스 영화관보다 크다. 자막 위치도 하단 맨 끝이 아닌 중간 아래 쯤에 배치했다. 극장서 일하는 대다수의 직원들도 실버 세대다. 김 대표는 “직원 대부분이 70세를 넘은 노인들이며, 관람객들 가운데 채용한 경우가 많다”며 “아무래도 체력적인 문제가 있다 보니 (계속 일하고 싶다면) 본인 체력에 맞게 근무 패턴을 조정한다. 어르신들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넘어 ‘시니어 일자리’를 창출하는데도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극장 주변에는 잔치국수와 비빔국수를 3000원, 커피를 2000원에 판매하는 밥집 ‘추억더하기’도 운영 중이다. 이 공간은 하루 100여명의 어르신들이 방문해 ‘소통의 장소’로 유용하게 활용된다. 이외 여성들의 미용을 위한 ‘어르신뷰티살롱’도 인기다. 이곳에서는 메이크업과 헤어드라이를 3000원에 받을 수 있으며 카레덮밥, 라면 등 간단한 식사도 판매한다. 해당 공간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65세 이상 노인들이 대다수다. 최근에는 노인들을 위한 공연을 마련하는데도 공을 쏟고 있다.
김 대표는 사회적 기업이 홀로 서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지나친 수익 추구는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사회적 기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던진 메시지도 ‘셈’보다 ‘진심’이 앞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진심을 담아 도전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려운 것이 사회적 기업”이라며 “특히 수익보다도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의미를 던지는 걸 우선시하는 게 중요하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한 번쯤 미래를 걸어볼 만한 직업”이라고 설명했다.
한영훈 기자 han00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