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및 문화예술

정지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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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태 칼럼

염증 그리고 염증

2024-09-10
조회수 277

[의학신문·일간보사] 2024.08.27

의학적으로 ‘염증’이란 병리조직학적으로 원인에 상관없이 벌겋게 부어오르고, 통증이 있고, 열이 오르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로 인해 기능장애까지 발생하고, 정도가 지나치면 회복 불능이 되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요즘 소위 말하는 의료대란은 몸에 생기는 염증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염증 증상은 우리 몸의 자정작용으로 치료를 하지 않아도 좋아질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 많아 적절한 치료가 필요한데, 원인을 잘못 파악해 엉뚱한 치료를 하면 치료하지 않은 것만도 못한 일이 생기기도 한다. 지금의 의정갈등이 바로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곪을 대로 곪은 상처의 원인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외면하고, 억지를 부리며 자기만이 맞다고 엉뚱한 처방을 내리고, 그것만 정답이라고 우기는 사이 증상은 최악으로 가면서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뭐 아직도 병원이 무너지고 있는 것을 인정하지도 않고 원상회복을 넘어 이상적 의료천국으로 올라 가겠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치에 맞는 말을 해야 먹히지 않을까?
갑자기 예전에 읽었던 ‘어린왕자’ 중 한 구절이 생각났다. 첫 번째 별에 살고 있던 왕 이야기다.

"짐이 어떤 장군에게 나비처럼 이 꽃에서 저 꽃으로 날아가라고 명령을 하거나, 비극 작품을 쓰라고 명령하거나, 물새로 변하도록 명령했는데 그 장군이 그 명령에 복종하지 않으면 그가 잘못한 것이냐, 짐이 잘못한 것이냐?"

'폐하의 잘못이겠죠.' 어린왕자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렇다.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명해야 하느니라. 권위는 무엇보다 이치에 맞아야 한다. 네가 만약 너의 백성들에게 바다에 몸을 던지라고 명령한다면 그들은 혁명을 일으킬 것이다. 짐이 복종을 강요할 권한을 갖는 것은 짐이 이치에 맞는 명령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별에는 지금 단호하게 진실을 말하는 어린왕자도 없고, 현명한 명령을 내리는 왕도 없다. 생떽쥬베리가 80년 후의 세상을 미리 내다본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냥 그것이 세상의 이치이고 순리이기 때문에 말한 것이고, 그때나 지금이나 지켜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다.

‘염증’ 이야기로 시작을 했으니, ‘염증’과 관련된 오래 된 이야기가 생각난다.

천식의 병리 기전에 대한 연구가 심화되면서 그 기저에 면역학적 염증이 깔려 있어서 스테로이드 흡입제를 사용하는 것이 치료, 유지, 예방의 올바른 방법이라는 가이드라인이 보급되던 때, 어떤 인사가 자기가 ‘어린이 천식 치료 전문가’라고 떠버리면서 “자기 병원서는 특별한 항생제를 사용하여 천식 염증을 잡아준다”고 인터넷 방송을 하던 일이 있었다. 염증이라고 하는 소리는 어디서 들었는데 그냥 세균성 염증 밖에는 머릿속에 없던 이 사람이 헛소리를 해댄 것이다.

갑자기 그가 생각났다. 참 주변서 욕 많이 먹었는데, 요즘 소식이 없는 것으로 봐서는 의사는 더 이상 하지 않는 것 같다. 뭔가 건강식품을 만들어 판다는 이야기도 있고….
그냥 그랬다는 이야기다. 그냥 염증을 느낀다는 이야기다.

출처 : 의학신문(http://www.bosa.co.kr)

정지태

한국골든에이지포럼 공동대표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장 역임
대한의학회 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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